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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봄날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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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봄날

휴머니스트

오 헨리 지음, 송은주 옮김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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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삶이 차갑고 우울하게 느껴질 때
식탁 위에서 펼쳐보는 오 헨리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작가 오 헨리의 단편 18편을 모았다. 오 헨리의 소설은 국내에 오래전부터 소개되어왔지만, (식탁 위의 봄날)은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 〈식탁 위의 봄날〉, 중등 교과서에 수록된 〈마녀의 빵〉 같은 대표작과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 등장하는 단편들을 가려 뽑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여기에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단편 〈힘들게 얻은 과일의 작은 흠집〉과 〈식탁 위의 큐피드〉를 함께 실었다. ‘반전의 대가’의 작품답게 허를 찌르는 결말과 곳곳에 숨겨진 음식에 연관한 복선이나 메타포를 찾아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나는 우울할 때 오 헨리를 읽는다'라는 전기 작가 로버트 데이비드의 말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오 헨리 단편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준다.

<b>절망과 불행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먹는 일

오 헨리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궁핍한 생활을 하는 소시민들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연인 ‘짐’과 ‘델라’는 주급의 절반을 집세로 내야 하는 형편이고, 〈마지막 잎새〉의 가난한 화가들은 삽화를 그리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식탁 위의 봄날〉의 ‘세라’ 역시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타이핑하는 일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불운할지언정 불행하지 않다. 세라는 봄날의 결혼을 약속한 ‘월터’의 편지를 하염없는 눈물로 기다리는데, 작가는 바로 그 눈물을 희망과 반전의 장치로 사용함으로써 세라를 절망으로부터 극적으로 구원해낸다. 아울러 서로에게 쓸모없어진 선물을 주고받는 짐과 델라의 뒤로 ‘뜨겁게 데운 살코기 요리’를 슬며시 포개놓으면서 이들의 사랑이 더 뜨거워졌음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커피를 내리고 프라이팬은 화덕 뒤에서 뜨겁게 데워' 크리스마스 식탁을 준비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좇다보면,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깊은 미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찾아도 소용없어요. 팔아버렸다니까요. 말했잖아요. 팔아서 이제 없어요.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그러지 말아요. 당신을 위해서 한 일이에요. 내 머리카락 개수는 헤아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녀는 갑자기 진지하게 애정을 담뿍 담아서 말을 이었다.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아무도 셀 수 없을 거예요. 고기 넣을까요, 짐?'(〈크리스마스 선물〉, 25쪽)

오 헨리는 세 살 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성장했다.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목동과 우편배달부, 은행원, 약사, 저널리스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해야 했지만, 이때의 경험이 소시민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려내는 데 커다란 밑천이 되어주었다. 한 편집자가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탁월했던 그에게 소설의 플롯을 어디에서 얻느냐고 묻자 오 헨리는 식탁 위의 메뉴판을 들어 올리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있지요. 세상만사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바로 이 메뉴에도 이야깃거리가 있지요.' 그러고는 곧장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식탁 위의 봄날〉이다. 나아가 '뉴욕시에서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은 다 해도 사백 명밖에는 되지 않는다'라는 어느 오만한 변호사의 말에 '사백 명이 아니라 사백만 명은 된다'라고 응수한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뉴욕시의 전체 인구가 사백만 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오 헨리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담긴 삶의 드라마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단편에는 음식이 주요한 소재로 쓰인 경우가 많다. 소설 속 인물들은 먹을 것을 서로 나누거나 음식의 조리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음식이 그 시대를 대표하고 구체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소설에서 1910년대 뉴욕 사람들의 얼굴과 풍경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까닭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하그레이브스의 연기〉에서 남부 출신의 괴팍한 소령은 남부 스타일의 줄렙을 만들 때만큼은 한껏 섬세해지고, 〈힘들게 얻은 과일의 작은 흠집〉의 권투선수는 아내가 먹고 싶다는 복숭아 한 개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밤거리로 나선다. 〈식탁 위의 큐피드〉의 행상은 '내 인생은 바닷가재 샐러드에 도넛으로 망하게 되었'다며 한탄하다가도 식욕이 가져다주는 유쾌한 변화에 미소 짓는다.

‘똑같은 저녁 식탁, 욕조, 재봉틀, 늘 같은 것만 보다보면 싫증이 난단 말이지. 다양한 것을 접하게 해줘보라고. 조금만 여행을 하고, 조금만 휴식을 취하고, 힘든 집안일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만 딴짓도 해보게 하라고. (--) 그러면 게임을 하는 사람들 전부가 칩을 얻게 될 거라고.’(〈식탁 위의 큐피드〉, 240쪽)

<b>체호프, 모파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는 오 헨리

오 헨리는 안톤 체호프, 기 드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꼽힐 만큼 자신만의 독자적인 단편 세계를 구축했다. 평생 다른 장르에는 거의 손대지 않고 단편만을 썼는데, 한 신문사와 일주일에 단편 한 편씩을 발표하기로 계약하고 1904년 한 해에만 65편의 작품을 쓰기도 했다. 그의 단편에는 예외 없이 무릎을 치게 만드는 반전이 등장하는데, ‘오 헨리 트위스트’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그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오 헨리는 소설 속 인물들이 곤궁하고 초라한 삶을 살더라도 좌절하거나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삶에 대한 그의 낙천성이 인물들로 하여금 삶을 긍정하도록 이끈다. 자꾸만 어두워지고 쉽게 낙담하게 되는 우리의 삶을 떠올려볼 때, 오 헨리의 단편이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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